젠가부터 ‘악역’, ‘악당’ 대신 ‘빌런’ 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무조건 나쁜놈이 아니라 생각이 있는 나쁜놈이라서일까요?

마이크로바이옴 세계에도 빌런도 있고 히어로도 있습니다.
어려운 균 이름에도 히어로 캐릭터를 부여해보면 어떨까요?

예를 들면 Akkermansia (아카만시아) 는 아이언맨과 같은 히어로에 해당됩니다.
그리고 Fusobacterium (푸조박테리아) 를 오늘의 타노스로 정해보겠습니다.

2011년에 연구자들은 Fusobacterium 이 결장암 세포 에서 번성하고 종종 궤양성 대장염 과 관련이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연구원들은 유기체가 실제로 이러한 질병을 일으키는지 아니면 단순히 이러한 질병이 생성하는 환경에서 번성하는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이외에도 아주 많은 논문에서 이 균이 나쁜놈이라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균이 빌런이라 확신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작년 초 어떤 50대 남성의 케이스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스스로 장이 건강하다고 믿고 회를 좋아하는 바닷가 남성이었는데 분석 결과에서 그 동안 봐왔던 샘플과 달리 푸조균의 농도가 단연 높았습니다. 빌런이라는 확신은 없었지만 문헌상에 나온 내용에 따라 조심스레 병원을 통한 대장내시경을 추천해드렸고 며칠 후 대장용종이 발견되어 제거술을 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자신감을 가진 후 그보다 낮은 농도지만 비슷한 균의 분포를 가진 다른분께도 검사를 추천하였고 또 용종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술과 회를 좋아하는 여러분들께 지속적으로 잔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장이 튼튼한 20~30대는 이 정도 빌런은 충분히 물리칠 수 있을겁니다. 하지만 50대가 넘었거나, 장염을 자주 앓는 10대 어린이라면 조심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이 균은 보통의 항생제로 없어지지 않는 항생제 내성균입니다.

장내미생물의 무한한 생태계는 내 뱃 속에 또다른 우주가 있으며 그 안에 빌런, 히어로, 그리고 더 무수히 많은 민중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 안에 건강과 병의 비결과 원인이 모두 숨어있는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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