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의사는 돌팔이 같아! 도대체 약이 안들어!’
아픈 아기를 돌보느라 속이 타는 할머니는 병원에 갔다 와서 차도가 보이지 않는 아기를 보면서 이야기합니다.
듣고 있던 옆집 할머니가 거들어 말하길,
‘저 길 건너 병원 가봐! 거긴 약을 쎄게 줘서 한방에 뚝 떨어지던데! ‘
그 ‘쎈 약’ 이 항생제임을 아실 겁니다.
항생제는 인류의 의료 역사를 바꾼 중요한 발명이자 발견이었으며 인류의 수명을 연장시킨 아주 중요한 변곡점입니다.
플레밍이 곰팡이에서 페니실린을 발견하고 이를 이용하여 당시 유럽에서 만연한 매독을 비롯한 성병균을 제거하는데 효과를 확인하여 획기적인 치료법으로 주목 받았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주역이 연합군측인 영국에서 개발된 페니실린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몸의 상처를 치료하는데 매우 획기적인 결과를 보인 덕분에 페니실린은 전장의 많은 병사를 치료할 수 있었으며, 이로 인해 2차 대전이 연합군의 승리로 끝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페니실린은 세포의 외벽이 없는 균만 죽일 수 있기 때문에 이후에 지속적으로 다양한 항생제가 개발되었습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세균을 죽일 방법을 찾아내었고, 내성균이 생기면 내성균을 죽이는 더 강한 방법을 찾아 내어 마치 항생제와 세균의 보이지 않는 전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 우리 몸에 필요한 균들이 같이 사라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다양한 의학 가이드에서 항생제에 대한 경고를 하고 그를 모르는 의사 선생님들이 없지만 아기 업고 온 할머니한테 돌팔이 소리 듣고 있으면 항생제 처방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한국에서 감기 환자에 항생제를 처방하는 비율이 30~40% 수준이라고 합니다.
정말 꼭 써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부의 병원에서만 항생제를 사용하고 있다는 건데……
“항생제 사용에 첫 번째 규칙은 그것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고, 두 번째 규칙은 되도록 이면 그것들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 Paul L. Marino, The ICU Book
항생제는 분명히 인류에 필요한 치료제입니다. 하지만 환자를 치료해야만 하는 의사선생님에게는 너무나 다양한 항생제 중에서 필요한 항생제를 잘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제공되어야 합니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의사를 쉽게 만날 수 있는 나라가 한국입니다.
따라서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환자를 만나야 하는 의사가 한국 의사 입니다.
이런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5분이내의 진료 시간에 최고 수준의 의료서비스가 불가능하지만 해내야 합니다. 또 항생제의 남용이란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됩니다.
의사들이 좀더 공부할 시간을 가지고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현장 진단’ 입니다. 현장에서 이 환자에 필요한 항생제가 무엇인지 특정할 수 있다면 의료의 질이 한 단계 더 올라갈 것 입니다.
사람마다 몸에 존재하는 인체 미생물은 마치 지문과 같이 생애초기에 장점막에 각인됩니다. 지문과 다른 점은 항생제로 지워질 수 있다는 점이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오래 지속됩니다. 수천 종의 장내 미생물 중 나쁜 짓을 하는 놈이 한 두 놈이 아닌데 증상만으로 그 녀석을 맞추는 건 노스트라다무스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정밀의학의 출발점에서 장내 미생물 검사가 필요한 이유입니다.